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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시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

by eoieiie 2022. 11. 16.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자신만의 걸음을 찾아라"

 

 

아리스토텔레스 아저씨는 시와 예술의 기원을 탐색하는 저서인 <시학>에서

"인간은 가락과 박자에 대한 본성을 타는데,

이것이 우리를 시를 짓는 행위로 이끈 원인 중 하나"

라고 하며 음악적 속성이 곧 시가 가지고 있는 본성과 같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현대에 이르러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증명하게 되었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가 밥 딜런을 수상자로 결정한 이유는

"미국 음악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였다. 

 

내가 잔나비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시키는 그의 시적인 비유들은

서로 다른 저마다의 삶과 상황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같은 노래를 들을지라도

서로 다른 입장의 삶을 위로받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노래 가사의 "사랑" 이란 단어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되고 

연인의 사랑이 되며 

친구의 사랑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시도 다르지 않다.

 

쓰는 사람은 주제와 결론을 정해준 것이 아니기에

그저 자신의 생각을 음률에 맞추어 적어 내려간

시인의 삶을 엿보는 것은 덤으로

우리는 그 삶의 요약에서

내가 원하는 결론만 얻어 가면 된다. 

 

시라는 것은 때로는 쉽고 

때로는 정말 알 수가 없는데

그 안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녹아 있다. 

단순하고 어려워 보이더라도 

무엇인가 엄청난 것들이 숨겨져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전화 주셔서 나 설레요" 대신

"세상에, 달빛이 떴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뜨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설렘의 미묘한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런 게 진짜 미치겠다는 거다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잔나비, 주연위)

 

그저 헤어짐을 고하는 것이 아닌 

시각적으로 표현해낸 안녕 안에는

쓸쓸함, 사랑, 미련, 결단과 희망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보다 더 시적이며 뭉클한 이별의 문장이 있을까

 

세상의 것이 아닌 감정을 묘사하는 시적인 표현 역시 존재한다.

 

" 그가 너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고,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는도다. " (스바냐 3:17)

 

자녀를 사랑의 눈으로 말없이 지켜보는 아버지의 마음, 그 안의 평화와 기쁨이 

"잠잠히 사랑하시며"라는 문장에 담겨 있다. 

 

이처럼 아무리 설명해도 말로 표현 못할 그 감정들이 

노래하듯 읊조려진 단 한 편의 시로 정리되곤 한다.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편이었다.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아직도 익숙지 않다.

그래서 사랑도, 미움도, 거절도 고마움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오래 고민하곤 한다.

 

그러나 또한 나는 내 감성에 솔직한 편이다. 

감정을 세세히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곁에 누군가가 있던 없던 

순간의 기억과 아름다운 것들을 기록하고 묘사한다.

 

살다 보니, 나의 이런 감성에서 나오는 마음들은

결국에는 조금씩, 천천히 상대방에게 전해지더라. 

시간이야 조금 걸리지만 

적어도 그렇게 전해질 나의 감정과 행동에는 

거짓 없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런 모든 감정들이 실체적으로 압축된 시는

또한 그런 시적인 비유를 지닌 노래들은

내가 나의 감정을 감성적으로 표현하여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제시해 주곤 한다.

 

이것은 내가 시를 읽는 이유이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그런 재미를 알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조그맣게 가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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